서체가 주는 재미, 타이포그라피 디자인



Atomy Design Lab

Solar l 박아현

ahyun@atomypark.com





"좋은 이미지와 그에 어울리는 타이포그라피만 있다면 디자인의 절반은 완성이다" 라는 말이 있다.


이미지는 디자인 전체의 분위기를, 타이포그래피는 디자인의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것을 이론이 아닌 실무를 접하면서 느끼게 되었다.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라피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데, 타이포그라피도 그 소통 방식의 하나다. 타이포그라피를 선택하는 것은 그 브랜드가 말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고딕체를 써야 할지 명조체를 써야 할지 업종에 따라 폰트가 달라지고, 최종적으로 디자인을 보게 될 대중의 시선에 맞춰 폰트의 자간, 자평, 행간 등의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폰트를 가지고 디자인에 맞춰 세밀한 조정을 하고 디자인 하는 '타이포그라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1. 타이포그라피란?


활판술, 활자 서체의 배열을 말하는데 특히 문자 또는 활판적 기호를 중심으로 한 2차원적 표현을 칭한다. 뜻이 바뀌어 사진까지도 첨가하여 구성적인 그래픽 디자인 전체를 가리키고, 일반의 디자인과 동의어 같이 쓰이는 일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타이포그래피 [typography] (미술대 사전(용어 편), 1998., 한국 사전 연구사 편집부)




위 처럼 디자인은 이미지와 컨셉에 따라 사용해야 할 폰트의 분위기가 있는데, 만약 폰트의 톤이 다르다면 무언가 어색하고 2% 부족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아디다스, 애플 광고와 영화 포스터를 살펴보면 각각 타이틀로 사용된 타이포그래피가 다르고, 또 같은 고딕체(산 세리프)라고 해도 활자의 모양이 미세하게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미세한 차이로 시각디자인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타이포그라피'의 힘이다.




 


2. 타이포그라피의 3가지 요소


제목과 부제목, 그리고 본문의 타이틀과 본문, 강약 조절과 세밀한 폰트 조정의 요소들이 타이포그라피의 요소들이다.


1) 자폭 : 글자의 폭

2) 자간 :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

3) 행간 : 문단과 문단 사이의 간격 (행과 행 사이의 간격)


자간과 자평은 글자 간의 거리가 너무 좁아서 뭉쳐 보이거나 너무 넓어서 벙벙한 느낌이 드는 것보다는, 하나의 디자인 요소처럼 덩어리감이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좋으며, 행간은 문단과 문단 사이의 빈 공간조차 같은 글자처럼 하나의 라인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좋다.




좌측은 자평, 자간 값을 조정하였고, 우측은 조정하지 않았다.

좌측 이미지처럼 폰트를 세밀하게 조정한 것이 향후 가독성과 완성도에 있어서 훨씬 좋은 타이포그래피가 될 수 있다.


디자이너는 글자를 글자 그대로 보지 않고 이미지로 본다는 말이 있듯이, 디자이너는 대게 자간과 자평, 행간과 커닝 값 등 세밀하게 조정하는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3. 타이포그라피의 팁


타입을 늘어놓는 것만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완성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시선을 끌만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3-1. 작은 크기에서는 획 대비를 적게 할 것

<Minion Pro>폰트의 제목용(display) 폰트와 각주용 (caption) 폰트 [출처:adobe)


어도비에서 제작한 <Minion Pro> 폰트의 경우, 제목용 폰트는 20포인트 이상의 사이즈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획이 날렵하게 생긴 반면, 각주 폰트는 6~8포인트 크기로 사용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속공간이 넓고, 획이 굵으며 대비가 적다. 폰트를 고를 때는 이처럼 사용될 크기나 매체 등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3-2. 페어링 할 때에는 글자의 무게를 신경 쓸 것

페어링(Pairing)은 각기 다른 2~3개의 폰트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고, x-하이트(w-height)는 소문자 x의 높이를 말한다. 영문 폰트를 조화롭게 페어링 하기 위해 x-하이트의 높이를 같게 맞추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획이 가늘어질수록 글자 크기는 착시로 인해 커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착시를 보정하기 위해서 같은 크기의 글자일 경우 굵은 획의 글자를 가는 획의 글자보다 크게 디자인 하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각기 다른 두께의 글자를 페어링 할 때에는 굵은 획의 글자가 약간 커져야만 시각 착시를 보정할 수 있다.



3-3. 검은 글자에 색을 첨가하기


종이의 색을 상쇄하기 위하여 검은 글자에 색상을 약간 첨가하는 기술인데 매체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이 가능하다.



3-3-1. 인쇄 환경

종이의 색이 푸른 색을 띠고 있다면, 검은 글자에 따뜻한 색을 약간 첨가하고, 반대로 배경이 따뜻한 계열이라면 글자에 푸른 색을 첨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글자의 외곽을 또렷하게 하고, 색 대비에 의해 글자를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준다.



3-3-2. 스크린 화면

순수한 흰색과 검은색, 이 두 색상은 스크린 화면에서 공격적인 편이다. 모노톤에 약간의 색상을 첨가하면, 디자인에 촉각적이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첨가할 수 있으며, 인쇄 환경과 마찬가지로 글자의 외곽을 또렷하게 만듦으로써 선명함을 더해준다. 특히 LED와 OLED 모니터에서는 모노톤에 색채를 넣으면 모니터의 시야각이 증대되어 더 넓은 각도에서 글자를 읽을 수 있게 한다.



3-4. 글자 크기와 자간의 상관 관계


커닝이란 A,V,W 등 특정한 알파벳의 경우 다른 글자와 함께 쓰였을 때 간격이 유독 넓어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기준에 맞추어 시각 보정하는 것을 말한다.


위의 예시에서 노란색 영역은 글자가 갖고 있는 고유한 넓이디ㅏ. 왼쪽과 같이 글자를 기계적으로 배치하였을 때 간격이 매우 어색하다. 하지만 오른쪽처럼 수동으로 글자 사이를 좁혀 커닝을 하면 훨씬 자연스럴워진다.


자간과 커닝 또한 글자가 쓰이는 크기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글자 크기가 클수록 자간은 좁아져야 하고, 글자 크기가 작아질수록 자간은 넓어지는 것이 좋다. 글자를 작게 쓴다면 자간을 넓혀 흰 면적을 늘려주는 것이 가독성에 도움이 된다. 글자가 클 때에는 흰 면적이 좁더라도 여전히 잘 읽히게 된다.



3-5. 상황에 따른 문자 정렬 노하우


3-5-1. 양끝정렬


양끝정렬은 매우 안정적인 형태이고, 한눈에 보아도 문장이 언제 시작하고 끄나는지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끝정렬에서 균일한 질감을 얻기 위해서는 자가니 벌어진 곳이 발생하지 않도록 줄바꿈에 신경쓰며, 글자 하나하나를 세세히 들여다보고 조정해야 한다.



3-5-2. 왼쪽정렬과 오른쪽 흘리기


왼쪽 정렬의 좋은 점은 오른쪽 흘림만을 통제하면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위에서 볼 수 있듣 왼쪾정렬된 문장을 훑어볼 때 어디에서 단락이 끝나고 다음 단락이 시작되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각 단락 여백을 통해 구분하는 것이 좋다.



3-6. 무게 대비를 이용하기

타입의 무게란 굵기를 말하며 서체 안에서 무거운 타입은 굵기가 굵은 Bold에 가까우며, 가벼운 타입은 굵기가 가는 Light에 가깝다. 굵은 서체들은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며 반대로 가는 서체들은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는 것으로 타입 무게를 분류한다. 가벼운 폰트는 지면을 밝고 환하게 만들며, 무거운 폰트는 지면을 어둡게 만든다.



<New York Comedy Festival 2011>



New York Comedy Festival 2011 무게가 무거운 타입에 인물의 실루엣을 더해서, 가벼운 본문 폰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강조되어 보인다. 굵은 폰트는 강조되어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가는 폰트는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동일한 서체 안에서도 무게를 다르게 하여 대비를 줄 수 있다. 같은 글줄 또는 단어의 나열에서도 서체 무게가 달라지면 계층 구조가 생겨 일부를 강조하게 된다.


목록에서 제목 굵기를 소제목보다 굵게 해서 대비를 줄 수 있으며, 질의 답변이 있는 본문에서도 질문과 답변의 굵기를 다르게 하여 대비를 주기도 한다.






<Au Revoir Simone - Felix Pfaaffli> 타입 무게의 변화를 이용한 디자인




3-7. 크기 대비를 이용하기

서체는 항상 다양한 서체들과의 관계 속에 있으며, 전체 레이아웃과 상대적인 크기를 갖는다. 크기 대비를 이용한 강조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이며, 전체 지면을 압도하는 큰 폰트는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함께 놓이는 매우 작은 폰트 역시 시선을 끌게 된다. 시선의 방향은 분위기를 좌우하는 큰 폰트로 먼저 머물게 되며 자연스럽게 작은 폰트들로 이어진다. 작은 폰트들만 지면을 차지하게 되면 지루하고 시선을 끌지 못하나 큰 폰트와 대비시키면 강한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고 조화로운 재미도 줄 수 있다.


<Tribute to Stanley Moriso - Pedro Arbelaaez> 왼

<2013 HOW International Design Awards Silver Award-Society for News Design 35 Creative Competition> 오


지루한 본문에 제목 활자를 분절하여 크기를 이용한 대비를 주었으며, 지면 전체를 가득 메울 정도로 큰 텍스트를 이용하여 강조하고 있으며 굵은 폰트 안의 작은 회색 글자들이 상대적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큰 제목과 작은 본문의 대비가 재미있는 디자인이다.



3-8. 색 대비를 이용해 강조하기

디자인에서 색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며 주위를 끄는 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타이포그래피의 가장 기본적인 대비의 색은 검은색과 흰색이며, 이는 가장 가독성이 높은 색 대비이다. 일반적으로 흰색 바탕 위의 검은색 글자가 놓였을 때 가독성이 가장 좋고, 반대로 검은색 바탕 위의 흰색 글자는 흰색 바탕 위 검은색 글자에 비해 가독성이 낮다. 이것은 검은색 바탕 위의 흰색 글자가 섬광처럼 반짝거리기 떄문에 본문 텍스트가 많은 경우 눈에 불편함을 주기 때문이다.


<Paul land>


단순한 색을 사용해 간결하게 표현했지만 색 대비로 인해 주목성이 높다. 검은색 바탕 위에 흰색 글자들이 또렷하게 대비되어 눈에 띄며 그 밖에 다른 색들도 선명하게 두드러져 보인다.


강한 대비를 주기 위해 검은색 바탕 위에 흰색 글자를 많이 쓰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텍스트 양이 많은 경우에는 흰색 바탕 위의 검은색 글자가 가독성이 더욱 좋다. 강렬한 색 대비는 시선을 끌고 집중 시킬 수 있다. 텍스트 일부분에 강한 대비의 색을 써서 다른 공존하느 ㄴ요소들과 분리시켜 강조함으로써 시선을 유도하고 집중시킬 수 있다.




 


4. 타이포그라피 색다르게 활용하기


4-1. 보조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시선을 사로잡기

타이포그라피는 실용성과 심미성, 즉 기능과 형태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져야 한다. 프로젝트 성향에 맞춰서 기능과 형태를 모두 고려해 폰트 형태를 잘 이용하면 정보 전달이라는 글자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생동감 넘치는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할 수 있다.


폰트의 곡선과 직선 형태를 그대로 살려 만든 선반으로, 폰트가 기록의 의미를 떠나 손으로 만져져 촉감을 느낄 수 있으며 강한 색채감이 형태를 부각시킨다.



4-2. 낱자 하나만으로 만드는 타이포그라피

폰트 하나 하나는 폰트 디자이너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만든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글자 형태를 디자인의 재료로 잘 이용한다면 멋진 디자인을 할 수 있다. 디자인 되어 있는 폰트 그대로 활용했을 때 가장 기본에 충실하면서 훌륭한 디자인을 창출할 수가 있다.


<Black and Blue 포스터 (2013)> <Century:100 Years of Type in Design>


Black and Blue 포스터는 검은색 B와 파란색 B를 겹쳐서 단순하게 표현한 포스터로,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강한 힘을 느낄 수 있다. Century:100 Years of Type in Design은 국제 디자인 센터에 전시된 설치물로, 여러 폰트로 C 형태를 조합해 새로운 모습의 C를 나타낸 모습이다.



4-3. 거대하게 키우기

폰트가 커질수록 직선과 곡선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극단적으로 확대하면 지면과의 강한 대비로 글자의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지며, 폰트의 변화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폰트를 확대할 때는 반드시 정비율로 확대하는 것이 좋다. 폰트 형태는 폰트 디자이너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으로, 비율을 임의로 조절한다면 글자 자체가 갖은 심미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 a Designer _ 안산대학교 학생 자기 소개서>


Futura A와 Helvetica B를 거대하게 키워서 두권을 나누었다.

<Knoll International 포스터 (1967)>


마시모 비넬리 회사 이름을 포스터에 표현하였다. 폰트가 잘려도 형태가 왜곡되지 않았으며, 겹치는 부분 또한 메시지 전달에 부족함이 없다. 네 가지 색이 중첩되어 나오는 컬러감도 조화로워 보인다.



4-4. 폰트의 일부분을 강조하기

폰트를 자르면 의도치 않게 아름다운 글꼴의 일부분을 두드러지게 할 수 있으며 형태를 더욱 강조할 수 있다. 폰트를 확대할수록 직선과 곡선이 어떻게 대비되는지 더욱더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미지를 잘라 메인 이미지로 삼는 작업은 여백과 형태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갖고 수행해야 한다. 폰트는 직선과 곡선으로 구성되어 자칫 잘못 자를 경우 폰트의 특성을 해치고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폰트 일부분을 강조하는 작업에서는 반드시 미적으로 아름다운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Manuals 1 디자인 & 아이덴티티 가이드라인 - Unit Editions>

<Black Swan Film Poster>


왼쪽 이미지는 Unit Editions기업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매뉴얼을 기록한 책자이다. 매뉴얼의 M을 강조해서 앞 뒤로 보여주었다. M을 부분 확대하여 극적인 대비를 느낄 수 있으며 일부만으로도 M인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오른쪽 이미지는 Reimagined Bodoni 폰트의 우아한 곡선으로 재탄생한 Black Swan 영화 포스터이다. S의 일부분이 백조의 머리를 연상하게 한다.



 


5. 브랜드가 된 타이포그라피

기업은 물론 도시, 종교, 문화게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브랜딩, 마케팅 전략에 힘을 주기 위해 전용 서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체의 뛰어난 확장성을 바탕으로 아이덴티티를 잘 녹여낸다면 브랜드의 성향과 지향점을 자연스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폰트 디자인 전문 회사 산돌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 대기업부터 떡볶이 프랜차이즈업체, 게임 회사에 이르기까지 15개 이상의 기업과 브랜드 전용 서체를 제작했다. 또 다른 서체 전문 기업 윤디자인그룹도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의 규모와 분야가 다양해짐에 따라 서체에 개성을 부여하는 방식도 대범해졌고,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전략 역시 진화했다. 여기에 네이버의 나눔서체,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 서체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배포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친숙한 이미지는 신뢰를 낳으며 신뢰는 곧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위에서 많이 접하고 직접 사용하면 자연스레 홍보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업의 홍보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널리 퍼지고 쓰이는 한글 폰트를 개발한다는 점에선 퀄리티 높은 타이포그라피를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년에 걸쳐 아모레퍼시픽의 전용 글꼴 아리따를 개발한 안상수 ag타이포그라피연구소 마루(연구소장)는 2004년 처음 프로젝트를 맡을 때 서경배 회장에게 '글꼴은 10년, 아니 100년 대업'이라고 말했고, 그 생각이 받아들여져 완성도 높은 글꼴로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동시에 그 자체로도 잔잔한 힘을 가진 글꼴로 개발했다는 평이다. 물론 전용 서체를 잘 만드는 것만큼 이를 잘 사용하고 잘 쓰일 수 있도록 관리 가능한 체계를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



5-1. 현대카드

국내 기업의 브랜딩에서 전용 서체 사용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 계기는 2003년 현대카드가 유앤아이(You and I)서체를 기업의 핵심 아이덴티티 요소로 규정하면서부터이다. 기업을 상징하는 시각 이미지 중에서도 활용도와 지속성이 높기 때문에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에 '고유의 목소리'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현대카드의 유앤아이체는 50년 전통의 네덜란드 디자인 기업에서 카드 플레이트(신용카드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영어 서체를 먼저 제작했다고 한다. 현대카드의 공식 서체로 지정된 이후 산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영어 서체와 비슷한 한글 서체를 만들어 합친 것이다.



유앤아이체는 신용카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인 '정직'과 '신뢰'를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모양 자체에서 신용카드 플레이트를 떠올릴 수 있게 했다.



5-2. 한솔 교육

우리나라 1세대 교육 기업으로 꼽히는 한솔교육의 정체성은 곧 한글 교육으로 정의된다. 한솔교육 전용 서체는 단순한 기업 이미지를 넘어 한글 교육에도 실질적인 효과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기본 서체인 한솔다움체는 <훈민정음해례본>에 입각한 기본 자형 형태로 아이들의 원시적 필기법과 자소의 획 순서까지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획순에 따라 직각에서 라운드값으로 떨어지도록 디자인해 올바른 순서를 유도하고 아이들이 또박또박 정직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 바르고 정직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특별 서체인 한솔아름체는 한솔다움체와의 어울림과 조화를 고려하되 한글을 더 쉽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개발한 서체는 현재 한솔 교육 제품 뿐 아니라 홈페이지와 홍보물, 캠페인 광고물, 판촉물 외에 본사의 공간사인, 명패, 명함과 내부 서식에 이르기까지 가이드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5-3.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글꼴 아리따 프로젝트는 2004년 처음 개발을 시작해 2014년에 완성했다. 아리따는 중국 <시경>에 수록된 시 중에서 첫번째 '관저'의 한 구절 '아리따운 아가씨-요조숙녀'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모티브로 단아하고 지적인 멋이 풍기는 아시아의 현대적인 여성상을 담았다.



아리따 돋움부터 아리따 부리에 이르기까지 완성하는데 걸린 시간은 총 11년으로 단순한 기업용 글꼴 개발이 아닌 한글 글꼴의 올바른 쓰임과 형태에 대한 연구로 확장되었다.


가장 처음 개발한 아리따 돋움은 기존의 딱딱하고 남성적인 돋움체에서 벗어나 글자 줄기의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도록 손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글꼴들은 본문용 글꼴의 '보편성'과 기업용 글꼴의 필요성인 '개성'사이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내는 것은 물론 완성도 높은 본문용 글꼴을 개발함으로써 한글의 쓰임과 문화를 보다 풍요롭게 한 서체가 아닌가 싶다.




5-4. 매일유업

2014년 매일유업은 전용 서체를 개발해 새로운 CI와 패키지 디자인에 적용했다. 획이 시작하는 부분은 명확한 직선 형태로, 글자의 맺음 부분은 완만한 곡선으로 처리한 전용 서체와 직선과 곡선이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CI 모두 신뢰감과 친근감을 두루 나타낸다. 명확한 지침과 구체적인 요청 사항이 오가며 완성한 패키지 디자인 에서는 유난히 서체가 돋보이기도 한다.


전용 서체를 개발하면 그에 따른 패키지 디자인, 브랜딩 자체가 바뀌어야 파급 효과가 크며 완성도가 높아짐을 느낄 수 있다. 매일유업 전용 서체는 매일고딕과 매일굴림 두가지로 제품군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 기업의 이념이 담긴 우유, 가공유, 두유의 제품 패키지에는 안정적인 네모 틀을 기반으로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매일고딕을 사용하고, 신선한 발효유 유제품에는 요구르트의 점성, 끈적이면서도 차진 느낌을 둥글둥글한 서체로 표현한 매일굴림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특성에 맞게 나누고 정확하게 그 특징을 잡아내 패키지 디자인에 반영한 전용 서체 사용의 올바른 예로 볼 수 있다.



5-5. 러쉬

천연재료를 사용해 전 제품을 핸드 메이드로 생산하는 러쉬는 전용서체 역시 핸드메이드 특성이 담겨있다. 이 서체는 영국의 신선한 과일, 채소를 판매하는 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글씨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랙보드에 자연스럽게 흘려 쓴 글자를 보다 정갈하게 다듬고,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구상해 완성한 것이다.


이후 패키지나 사이니지 뿐 아니라 매장 내 블랙보드에 빼곡히 적힌 전용 서체는 곧 러쉬의 상징 역할을 하게 되었다.





5-6.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서체는 자동차 제품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고객을 중심으로 한 라이프 브랜드로서 그 방향성에 맞게 디자인하도록 하였다.

엑스하이트를 높여 속공간을 넓히고 곡선의 각에 태극 문양을 접목시켜 현대 산스의 디테일을 완성하였다.



5-7. 배달의민족

편리한 기능을 넘어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이들의 브랜딩·디자인 전략에 있었다. 보통 회사에서 야근 시 배달 주문은 부서의 막내가 한다는 데에서 착안해 이들을 공략한 ‘B급, 키치, 유머’ 등을 브랜드 콘셉트로 삼은 것이다.


배우 류승용이 온갖 영화를 코믹하게 패러디하며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묻는 TV 광고부터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와 같은 과감한 문구를 내세운 옥외 광고 등은 소비자와 감성을 공유하고 브랜드를 친숙하게 만드는 주요한 접점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어수룩한 느낌의 삐뚤빼뚤한 폰트를 전용 서체로 개발하고 이를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 전략은 B급 문화, B급 감성을 담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주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후 온라인 공간을 넘어서 이런십육기가’ USB, ‘다 때가 있다’ 때수건, ‘내땅’ 돗자리, ‘깨우면안대’ 안대 등의 브랜드 제품을 개발, 배민문방구를 비롯한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선보였다. 기능에 충실한 물건에 전용 서체로 말장난 같은 문구를 적은 것이 전부지만 이들이 부여한 B급 감성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묘한 매력으로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6. 북 디자인에 활용되는 타이포그라피


요즘에는 종이책 뿐만 아니라 e-book에서도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스타일로 바꿔 읽을 수 있도록 서체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책에서 서체의 역할은 중요하게 작용되고 있다.


북 디자인에 활용되는 타이포그라피의 가장 중요한 두가지는 바로 가독성과 전하려하는 메세지이다.



일반적으로 페이지 안에 글자 수가 많은 경우 깔끔한 고딕체 보다는 약간의 획이 있는 명조(바탕체) 계열을 사용한다. 영문 폰트에서는 '셰리프'라고 부른다. 이러한 글씨체는 크기가 작아도 가독성이 좋아서 텍스트의 양이 많은 인쇄물에 자주 사용된다.


고딕 계열의 폰트도 다양한 곳에서 사용된다. 깔끔하고 멀리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제목이나 본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웹이나 모바일에서는 다른 장식이 달려있지 않은 이런 고딕 계열의 폰트가 더 가독성이 좋다.



 


7. 마케팅에 활용되는 타이포그라피


7-1. 네이버의 한글날 프로젝트


네이버는 한글날을 맞아 타이포그라피를 활용한 스페셜 로고와 이벤트를 선보였다. 네이버 나눔글꼴을 활용해 사용자가 직접 한글 무늬를 만들 수 있도록 하여,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원형으로 배열해 크기, 개수, 지름의 수치 변화만으로 다양한 무늬를 생성할 수 있게 하였다.



7-2. 레트로 타이포그라피

2000년대 중반 들어 고개를 들기 시작한 레트로풍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디자인은 이제 한국 디자인계에서 하나의 기조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사우스빅의 <겨울왕국> 패러디 포스터는 2014년 경 애니메이션의 성공과 더불어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로도 한동안 당대의 인기 영화를 1980-1990년대 풍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시디알어소시에이츠의 <7080폰트 복원 프로젝트>



산돌티움의 <바른생활> 시리즈




 


8. 패키지 디자인에 활용되는 타이포그라피


패키지 디자인은 경쟁상품과의 차별성을 주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주며 브랜드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빠르고 강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고 브랜드의 신뢰감, 독창성을 전달하는 타이포그래피 중심의 패키지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는 타이포그라피를 이용함으로써 패키지 디자인의 간결성과 차별성을 준다.


패키지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라피 활용의 장점으로는 상징성, 정보성, 신뢰성, 기억성 등이 있다.

다음은 타이포 그래피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패키지 디자인의 사례이다.



8-1. SB사의 Lucozade와 NRG패키지

청소년 타겟으로 하는 에너지 강화음료로 오랜 세월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었으나 1997년 Lucozade 제품의 용기를 바꾸는 과정에서 14세에부터 20세를 타겟으로 하여 탄산 오렌지 제품의 성격이 담기면서 기존 브랜드 인지도와 지명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관되게 디자인 하였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세리프 글씨체를 날카롭게 변형하였고 기존 로고타입을 기본으로 공간감의 연출과 탄산음료로서의 제품의 특성을 전달할 수 있도록 기포, 풍선, 폭파, 확장 등의 보조적인 이미지를 사용하였다.



8-2. 스타벅스 Frappuccino




스타벅스의 커피밀크쉐이크 아이스를 나타내는 Frappe와 생크림이 담긴 이태리 밀크 커피의 Cappucino를 합한 프라푸치노라는 브랜드로 개발하여 캘리그라피를 이용한 캘리그라피 라벨 디자인을 하였다. 이는 기존 스타벅스의 브랜드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동시에 제품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과거 우유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넓은 입구의 용기에 1978년 개발되어 기존 스타벅스 패키지에 일관성 있게 사용되고 있는 커피의 향을 연상시키는 휘감기는 듯한 텍스쳐와 이탈리안 카푸치노와 얼음의 결정체를 연상시키는 점들로 효과를 주었다.



8-3. Ren 화장품 패키지

화장품패키지는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을 담는 방법과 화장품이 제공하는 기능적인 특성을 실용적으로

전달하는 두가지 방법으로 대비된다. Ren화장품은 스위스 언어로 '깨끗함'이라는 뜻으로, ㅇㅕ성 화장품 시장과 잠재적인 남성 화장품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해 실용적이고 유니섹스한 이미지를 심플하고 기하학적인 타이포그래피에 담았다.



8-4. Joy 올리브오일 패키지

Joy 올리브오일은 햇볕과 열에 노출되면 쉽게 상하기 때문에 불투명 도자기 재질의 용기에 담았다. 가독성이 좋은 'Trade Gothic' 글씨체를 이용하여 제품에 대한 문구를 타이포그래피로 우아하게 전달하였는데 도자기 용기가 고가로 초기비용이 소요되나 제품의 순수하고 전통적인 이미지와 함께 특별한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하고 빈 용기를 가져가면 리필을 해주므로 효용가치가 오히려 크다.









8-5. Dirty Girl 비누 패키지

젊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Dirty girl'비누는 캘리그라피 형태의 자유로운 글씨체를 활용하여 자유롭고 강한 개성을 표현하였으며,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제품의 순수함과 개성을 담았다.












8-6. Black&White 와인과 Rugby Cement 패키지

"배경과 비교하여 도형은 배경보다 인상적이며 지배적이고 의미있는 형태로 연합하려는 힘이 강하다."라는 덴마크 심리학자 루벤이 개발한 이론을 배경과 도형과의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강하고 심플하게 디자인 하였다.



8-7. Jones 의류 쇼핑백

Jones의 의류 쇼핑백은 마티스 느낌의 거친 글씨체의 추상적이며 기하학적인 로고타입을 얼굴형태로 배치함으로써 브랜드의 카리스마와 캐릭터를 부가하였다.









 


9. 광고에 활용되는 타이포그라피


광고의 메세지 전달에 있어서 타이포그라피는 목적을 동반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 가장 강력한 전달형태로 볼 수 있다. 타이포그라피 광고는 소비자의 눈이 머무는 찰나에 고객층에 직관적으로 어필되는 최적의 광고일 수 있다.



9-1. 갤러리 한옥

종로구의 한 갤러리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포스터이다. 경복궁의 건물과 왕의 어진, 소나무 등 한국적 요소를 한자 '궁'안에 적절히 배치시켜 한 눈에 이목을 끈다. 궁이라는 소재가 전시의 주제인 만큼 이를 확연히 드러내기에 무엇보다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9-2. 나이키

나이키의 슬로건인 'Just do it'이라는 문구를 타이포그라피화 하여 광고 디자인에 사용하였다. 그래픽적 요소와 글씨가 하눈ㄴ에 이목을 끌고 있다.













 


10. 결론


글자는 늘 우리 일상 속에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의미나 모습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치곤 한다.


위에서 자세히 알아본 바와 같이, 타이포그래피는 다양한 방면으로 매우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으며, 현재 현대 미디어 매체 속에서 끊임없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과거 출판의 목적에서 보다 더 직관적이고, 대중의 시청각적 기능을 강화시키며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듯 하다.


익숙한 글자를 낯설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의를 환기시키고, 반대로 읽기 어려운 글자를 읽기 쉽게 가독성을 높여 정보 전달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타이포그라피가 하는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타이포그래피는 정보를 전달하는 형식 그 이상으로 시각화된 이미지 그 자체로서 독창적인 예술성과 조형성이 강조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 문헌

- 네이버의 한글날 프로젝트 / 월간디자인

- 레트로 그래픽의 부상 /월간디자인

- 브랜드가 된 전용 서체 / 월간디자인

- 현대자동차 서체, 현대 산스 / 월간디자인

- 배달의민족, B급 감성의 디자인 바람 / 월간디자인

- 아모레퍼시픽 아리따 / 월간디자인

- 디자인의 한 끗 차이, 타이포그라피 / 브런치

- 타이포그라피는 브랜딩이다 / 브런치

- 디자이너가 꼭 지키는 5가지 타이포그라피 팁 / 브런치

- 타이포그라피란 무엇인가? / 브런치

- 소비자 주목을 끄는 타이포그라피 법칙 / 네이버 포스트

- 광고 속 편집 디자인, 광고 분석 : 타이포그라피만 활용하기 / 네이버 포스트

- 광고의 메세지 전달에 있어서 타이포그라피의 역할에 관한 연구 / 임채형, 2022

- 패키지디자인의 타이포그라피가 소비자의 인지심리에 미치는 영향 / 김주연,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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